반도체 이후의 기회, 양자 기술에 국가 운명이 달려있다

2025. 5. 15. 15:23국내이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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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지금 ‘양자 기술’인가?

양자 기술(Quantum Technology)은 더 이상 실험실에 머무는 기초 과학이 아니다. 이미 미국, 중국, 유럽을 중심으로 양자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막대한 예산과 인재를 집중 투자하고 있다. 그 이유는 간단하다. 양자 기술은 컴퓨팅, 통신, 센서 등 3대 분야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.

특히 인공지능, 빅데이터, 사이버 보안, 국방, 금융, 바이오 산업 등 미래 핵심 산업 전반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‘기술 패권’ 경쟁의 핵심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. 이 글에서는 양자 기술이 왜 중요한지, 한국은 어디쯤 와 있는지, 그리고 왜 지금이 투자 확대의 적기인지를 세부적으로 살펴본다.


1. 양자 기술의 핵심 3대 분야

1) 양자 컴퓨팅: 기존 컴퓨터의 연산 능력 한계를 돌파하다

양자 컴퓨터는 **큐비트(Qubit)**라는 단위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수십억 배 빠른 연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. 이는 현재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이 걸리는 문제를 몇 분 만에 해결하는 잠재력을 가진다.
대표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.

  • 신약 개발 및 분자 시뮬레이션
  • 기후 변화 예측
  • 복잡한 금융 리스크 분석
  • AI 학습 알고리즘 최적화

2) 양자 통신: 절대 해킹이 불가능한 통신 기술

양자 통신은 양자 얽힘과 중첩 원리를 이용하여, 제3자가 정보를 도청하거나 탈취할 수 없는 완전한 보안을 보장한다. 이 기술은 정부, 군사, 금융 등 보안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.
현재 중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위성을 띄웠으며, 유럽은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‘양자 인터넷’ 구축을 추진 중이다.

3) 양자 센서: 기존보다 수백 배 정밀한 탐지 능력

양자 센서는 자기장, 중력, 전기장 등의 미세한 변화를 기존 센서보다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어, 군사 정찰, 우주 탐사, 의료 진단,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.


2. 글로벌 양자 기술 투자 현황

미국: '국가양자이니셔티브(NQI)'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

미국은 2018년부터 '국가양자이니셔티브(NQI)'를 통해 10년간 총 1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며, NASA, NSA, IBM, Google 등 민관 협력이 활발하다.

중국: 양자 통신 위성과 도시 간 양자 네트워크 완성

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양자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으며,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의 양자 통신 위성(‘묵자호’)도 발사했다. 전체 예산은 2025년까지 3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.

유럽연합: 'Quantum Flagship' 프로그램 운영

유럽은 EU 차원에서 ‘Quantum Flagship’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, 약 1조 6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. 독일, 프랑스, 네덜란드 등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.


3. 한국의 현실과 과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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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산은 적고, 전략은 모호하다

2025년 한국의 양자 기술 R&D 예산은 1,000억 원대에 불과하다. 미국, 중국, 유럽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. 중장기 로드맵도 명확하지 않고, 민간 기업의 참여도 제한적이다.

인재 확보도 절실

양자 기술은 고급 물리학, 컴퓨터공학, 전자공학이 융합된 초고난도 학제간 기술이다. 하지만 한국 내 관련 전공자는 매우 적고, 유학파 연구자도 대거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.

민간 기업의 참여는 아직 초기

삼성전자,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도 양자 컴퓨팅과 관련된 기초 특허 출원 정도에 머물고 있으며, 자체 연구 조직을 본격 운영하는 단계는 아니다. 스타트업도 인프라 및 투자 부족으로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.


4. 왜 지금 양자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가?

선점 효과가 극대화되는 기술

양자 기술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매우 어려운 기술 구조를 가진다. 초기 생태계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따라 산업 표준, 특허, 인재 이동 등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고착화된다.

국가 안보와 직결

양자 기술은 사이버 보안, 정찰, 통신 등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에 직결된다. 북한, 중국, 러시아 등의 사이버 공격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자 통신과 암호 기술의 확보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.

산업 전반에 혁신 효과

반도체, 바이오, 모빌리티, 에너지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많다. 지금 투자를 확대하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.


5. 실전 전략: 한국이 취해야 할 투자 확대 방안

1) 국가 차원의 로드맵 구축

  • 국가 R&D 예산을 연간 1조 원 수준으로 상향
  • '양자 전략기술 위원회' 신설 및 장관급 주도 조직 필요
  • 2035년까지의 장기 계획 수립 및 매년 평가

2)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공

  • 양자 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
  • 양자 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마련
  • 민간 R&D 컨소시엄 및 연구허브 설립

3) 인재 양성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

  • 대학 내 양자기술학과 신설 및 학제 융합형 교육
  • 해외 석박사급 인재의 국내 정착 지원금 제도화
  • 국제 공동연구 및 해외 기관 파견 프로그램 확대

4) 테스트베드 및 공동 인프라 마련

  • 국내 공공연구기관 중심 양자 테스트베드 설립
  • 양자 칩, 센서, 통신장비 등 공용 장비 인프라 확보
  • 기업, 연구소, 대학이 함께 쓸 수 있는 실험실 제공

결론: 양자 기술은 ‘다음 산업혁명’의 열쇠

양자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대전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. 한국이 반도체, 배터리에 이어 다음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,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.

이제는 R&D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,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, 인재를 육성하며,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. 양자 기술의 주도권을 잡는 나라가 21세기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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